그렇다면 정상입니다

제목: 그렇다면 정상입니다 
작가: 하지현
기간: 2015.11.09~2015.11.10
 [usr 3]

읽다보니 내 얘기인가 하는 부분이 꽤 많았다. 지금의 난 살짝 한 발 물러서서 볼 수 있게 되지만 이런 책을 한 참 읽을 때는 모든 내용이 나한테 적용되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 정도의 불안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는 걸 인정하고 난 뒤에야 한 발 떨어져서 볼 수 있게 됐는데 나 말고도 그런 사람이 많은가보다.

 

p.103

“‘늘 혼자인 사람에게 혼자인 삶은 도대체 뭘까요?’ 이 질문에 대해서는 이렇습니다. 늘 혼자라고 여기시겠지만 이분은 사실 혼자가 아닙니다. 혼자일 리가 없습니다. 주변에 사람이 있으니까 사회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거예요. 그리고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혼자인 것도 맞습니다.
인생은 원래 혼자예요. 결혼을 하건, 아이가 있건, 애인이 있건 결국 인생은 혼자서 살아가는 것 아닐까요? 외로움과 주도적인 삶은 동전의 앞뒷면의 다른 이름인 것 같아요. 그렇게 생각하시면 좋겠습니다.
– 혼자인 게 편한데 한편으론 괴로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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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74

“어떻게 보면 쉴 시간이 필요한 거예요. 근데 그걸 불안해하는 분들이 있어요. ‘우정이란 섹스 없는 연애’라는 얘기도 있는데 김현의 <행복한 책 읽기>에 보면 이런 말이 있습니다. ‘제일 좋은 친구는 서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데도 편안한 사람, 그런 친구가 난 진짜 친구라고 생각한다.’ 참 공감이 가요.
– 아무리 친한 친구도 둘이 만나면 어색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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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87 ~ p.188

“첫 번째, 먼저 복습부터 해보죠. 반복 학습이 최고입니다. 최적의 거리. 그중에서도 약간 거리를 두고 지내는 게 편한 타입, 앞에서 봤는데 기억나시죠? 이 거리가 다른 데서 오는 갈등이 친구와의 사이에서 벌어진 것 같습니다.
나는 내 마음을 열어줬다고 생각했는데 저쪽은 ‘나한테 모든 걸 밝히지 않는 것 같애’ 하면서 서운해했대요. 그러니까 이분은 최적의 거리가 먼 스타일이죠? 난 이 정도면 밝힐 건 다 밝혔는데 친구는 최적의 거리가 가까운 스타일이에요. 그거말고 더 깊은 얘길 해야 친구라고 생각하는 부류. 뭔가 좀 더 내밀한 얘기들. 그러니까 서운해해요.
근데 이분은 반대 과니까 자기가 너무 침범당한다고 생각해서 조심하게 돼요. 누가 잘못한 건 아니죠? 근데 이분은 소심한 성격이니까 도망간 거죠. 왜냐하면 내가 더 오픈할 자신이 없으니까. 오픈했다가 아차 하면 나의 내면 깊은 곳까지 밀고 들어올 것 같아요.
우리 집까진 어떻게 들어와도 참을 만하겠지만 얘가 방 안까지 들어와 내 침대에 누워 있으면 어떻게 하지? 내 자릴 차지하면 어떻게 하지? 내가 얘한테 확 흡수되어버리면 어떻게 하지? 그런 생각으로 내면의 심한 불안들이 깜빡깜빡하면 도망가게 되어 있어요.
– 들어주다 기 빨리고 관계도 틀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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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91

“들어주다 기 빨렸다고 그랬잖아요. 이걸 전문 용어로 ‘공감적 과각성’이라고 합니다. 있어 보이는 단어죠? 이런 분들의 특징은 공감을 잘하신다는 거예요. 공감 잘하는 거 좋은 거잖아요? 공감 못하는 사람들이 세상에 널려서 문제인데 말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좋은 약도 과다 복용하면 독이 되듯이 공감을 너무 잘해도 병이 나요. 공감 능력이 뛰어나면 남이 힘들어하면 나도 막 같이 힘들어져요. 실제로 아파요.
– 모두가 만족하는 방법,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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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01 ~ p.203

“다음 페이지의 그림을 보시면, 원 밖이 남이에요. 다른 사라미. 그리고 원 안에 있는 내가 핵심 자아입니다. 우리 집으로 치면 내 방이에요. 그리고 원이 내가 허용하는 최적의 거리입니다. 우리 집, 우리 동네 정도 되겠죠.
근데 사람에 따라서는 원 밖의 거리가 딱 좋은 분들이 있어요.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때. 아무리 친해지더라도 나에 대한 얘기를 별로 하고 싶지 않아요. 가족들 얘기 별로 하고 싶지 않고요, 주말에 뭐했는지 얘기하고 싶지 않고요, 누가 ‘앞으로 언니라도 불러도 돼죠?’ 그래도 ‘음……’하는 분들이 있어요.
반면에 어떤 사람은 원 안으로 다가와줘야 친해졌다는 생각이 들어요. 방금 예로 든 사람도 이 사람과 안 친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서로 존댓말 쓰고 사적인 얘기 별로 하지 않더라도 같이 일하는 동료로서 아주 친하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필요한 일 같이 하고 자기가 편안한 범위 안에서 영화 본 이야기, 회사 누구 뒷담화, 이런 얘기 다 해요.
그런데 우리가 친하다면 여기까지는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 정도로 만족 못하죠. 가족 사항은 어떻게 되니? 고등학교 어디 나왔니? 집은 어디니? 너 누구 아니? 그다음에 민증 까서 몇 살 차이네, 빠른 몇 월이네, 그러면 형이라고 해야겠네, 오빠네, 언니네, 가족이 돼야 편해요. 그렇다고 엄청 친한 것도 아니에요. 그런 사람은 그냥 무조건 그래야 해요. 이런 사람들도 있어요. 그렇다고 이 사람이 무례하다고 할 수는 없죠?

사람마다 이게 다르니까 문제가 생기는 거예요.
-좋고 싫음에도 은근함이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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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30 ~ p.231

“식욕과 수면에 문제가 생기는 건 나쁜 사인으로 봅니다. “우울증하고 우울한 느낌하고 뭐가 달라요?” 하고 물어보시면 생리적 변화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라고 아주 간단하게 말씀드립니다.
우리나라 속담에 이런 말 있죠? ‘등 따시고 배부르면 장땡이다.’ 등 따시다는 건 잘 잔다는 거고 배부르면 잘 먹는 거죠? 이 두 개가 잘되면 기본 70퍼센트는 되는 거예요 근데 이 두개가 망가지면 기본 70퍼센트가 안 되는 거예요. 이렇게 되면 아무리 좋은 생각을 해도 사상누각이에요. 우리 몸의 기본적인 생리 리듬이 잘 돌아가고 있으면 머릿속으로 만날 비관적인 생각,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해도 괜찮아요. 정 그게 문제가 되면 심리상담 받으러 가시면 돼요. 그것 때문에 계속 인간관계에 이상이 생기면요.
– 언제나 버릇처럼 최악의 상황을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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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40

“이런 강연회에 많이 오고 이런 책을 자꾸 읽다 보면, 그걸 자꾸 나한테 대입하게 되고 심리화하게 돼요. ‘우리 집안에는 이러이러한 일이 있었고 내 기억은 이런데, 그래서 내 인생이 이렇게 꼬였나 보다’라는 합리화 내지는 정당화를 하는 경향이 생겨요.
근데 이게 굉장히 위험할 수 있어요. 왜냐하면 나를 설명하는 이론의 틀, 일종의 신념의 틀이 생기잖아요? 그러면 그 이후에 벌어지는 일들을 죄다 그 틀에 집어넣게 되거든요. 그걸로 나의 오늘을 설명하려고 해요. 그건 자칫 위험할 수 있습니다. 설명하려면 한없이 설명할 수 있거든요.
– 끝없는 자기혐오와 우울, 너무 괴로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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