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교전

  제목: 악의 교전 1, 2 
작가: 기시 유스케 / 한성례
기간: 2015.07.01~2015.07.02 / 2015.07.03~2015.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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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뭘 볼까 하다가, 악의 교전 번역가의 말에 사이코패스가 보이길래 그냥 집어 왔다. 내용은 실망시키지 않을 정도로 후덜덜하다. 하지만 검은집과 같은 심리적인 후덜덜이 아니라 그냥 너무 무차별 살육에 대한 후덜덜함인 것 같다.

마치 학교라는 공간에서 보여줄 수 있는 온갖 지저분한 것들이 모두 일어나는 것 같다.

게다가 결말의 찜찜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내용이 너무 극악무도하다보니, 오전 출근길 지하철에서 악의 교전을 펼쳐들고 읽으면서 ‘이런 미친,,,,’을 속으로 연발하다가, 이걸 쓴 작가도 사이코 패스가 아닌가 의심하다 출근길에 이걸 읽고 있는 나 역시도 제정신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다 읽었다.

워낙 인기가 좋아서인지 일본에서 영화도 나온 모양이지만, 난 당분간 기시 유스케 책은 봉인. 피는 이걸로 충분한 것 같다.

 

p.272 ~ p.273

“구마가이 선생님은 풀 위에 앉아 하늘을 보며 말했다.
“걱정이요? 무슨 걱정인데요?”
하스미는 정말 궁금해서 그렇게 물었다.
“네가 마음의 문을 닫은 사람처럼 보였거든. 너는 절대 아무도 믿지 않고, 다른 사람이 자기 구역에 오지 못하게 선을 긋고 있어. 그래서 나는 네 마음을 몇 번이나 두드렸는지 몰라. 얼른 나오라고 얘기 좀 하자고 말이야. 어쩌다가 네 주위에 믿지 못할 어른들만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세상에는 분명 이야기가 통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해주고 싶었거든.”
하스미는 그제야 선생님이 왜 그랬는지 알았다. 구마가이 선생님이 기묘하게 행동한 이유가 명쾌해졌다.
“하지만 너는 네가 그어놓은 선 안에서 나오지도 않았고 도무지 어떻게 사는지조차 보여주지 않았어. 내 긴 교사생활에서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란다.”
구마가이 선생님이 곁눈질로 나를 보았다. 하스미는 이유 없이 비난을 받은 듯해 반발했다.
“그렇지 않아요. 저는 선생님과 거리를 두지 않았어요.”
“그래, 맞아. 너는 아침에 나를 만나면 먼저 인사하고, 교장선생님도 교감선생님도 너를 모범생이라고 말씀하시고. 그런데 말이지…”
구마가이 선생님은 팔짱을 꼈다.
“너와 이야기할 때면 인간의 감정이 전혀 느껴지지 않아. 너는 시험 정답처럼 상대가 바람는 대답만을 딱 골라서 하지. 하지만 네가 무엇을 원하는지,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전혀 드러내지 않아.”
하스미는 구마가이 선생님이 어디까지 자신을 확인하는지 시험해보고 싶었다.
“아니에요! 너무하세요. 전 그냥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할 뿐이에요. 옛날부터 오해받기 일쑤였죠. 어른들은 아이답게 천진난만한 아이를 좋아하지만 그렇지 않은 애도 있어요.”
“아니. 그렇지 않아.”
구마가이는 고개를 저었다.
“난 그런 애들을 많이 안단다. 너는 그런 아이들과는 전혀 달라.”
하스미는 굉장히 드물지만 자신의 본질을 직감으로 꿰뚫어보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런 인간에게는 아무리 말을 돌려서 해도 통하지 않는다.
“그럼 저는 마음이 없는 괴물인가요?”
오히려 자조적으로 말해본다. 구마가이 선생님은 크게 고래를 저었다.
“설마. 그렇지 않아. 마음이 없는 사람은 없단다. 단지 너는…자연스러운 감정이랄까, 다른 사람과 공감하는 능력이 조금 모자랄 뿐이야.”
하스미는 눈썹을 찡그렸다.
“모자라다고요?”
나한테 그런 딱지가 붙게 되다니… 불쾌했다.

p.25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이 아이는 조금씩 나의 창조물에 가까워진다. 어쩌면 이런 감각이야말로 교사의 보람일지도 모른다. 이 아이를 대할 때면 항상 최고의 보람을 느끼곤 한다.
야스하라의 옷을 벗기면서 교육론을 생각하는 걸 보니 정말이지 교사라는 직업에 완전히 빠졌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래, 교육이란 결국 세뇌의 일종에 지나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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