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오늘 내가 사는게 재미있는 이유 | |
작가: 김혜남 | |
기간: 2015.04.21~2015.04.2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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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남 박사의 신작이 나왔다고 했다. 사실 더 이상 안 보려고 했다. 스무살때 도움 받은 김혜남 박사의 책이 십년이 지난 뒤에 더 이상 감흥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김혜남 박사가 파킨슨 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그 책들이 그런 병을 앓고 있는 상태에서 쓰여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읽기 시작했다. 자신은 육체적으로 남들보다 더 힘들면서도 다른 사람을 위로하는 책을 쓰고 있었던 거였다. 한 때 박사님의 책을 읽고 위안을 얻었던 사람으로써 감사함을 느낀다.
p26
이 길이 맞을까 저 길이 맞을까, 우리는 늘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어떤 길로 가는 게 맞을지는 모르지만 내가 걸어간 길을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은 나의 몫이다. 배우자를 찾는다고 했을 때 그가 나와 맞을지는 누구도 모르는 거다. 어쨌든 그와 결혼해서 살아 봐야 맞는지 안 맞는지 알 수 있고, 설령 잘 안 맞아도 배우자를 내 남편 혹은 내 아내로 만들어 가는 건 내 몫이다. 물론 선택한 길이 틀릴 수도 있고, 최선을 다했는데도 낭떠러지에 도착할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두려워 한 발짝도 떼지 않으면 영영 아무 데도 못 가게 된다.
– 딱 한 발짝만 내디뎌 보라
p63
그런데 버틴다고 하면 사람들은 흔히 그것이 굴욕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왜 그렇게까지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버틴다는 것은 그저 말없이 순종만 하는 수동적인 상태를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방에 누워서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는 게 결코 아니라는 말이다. 버틴다는 것은 내적으로는 들끓어 오르는 분노나 모멸감, 부당함 등을 다스릴 수 있어야 하고, 외부에서 주어진 기대 행동에 나를 맞추면서도 나 자신을 잃지 않아야 하는 매우 역동적인면서도 힘든 과정이다. 그래서 버틴다는 것은 기다림이라 할 수 있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참아 내는 것이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오늘 부단한 노력을 하는 것이다.
– 때론 버티는 것이 답이다
p94~95
‘사랑하니까 저 사람은 분명 내가 얘기 안 해도 알 거야’라는 생각은 틀렸다는 것을. 아무리 사랑해도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 그러니 상대방에게 나에 대해 자꾸 알려주어야 한다. 하고 싶은 말을 차곡차곡 가슴에 쌓아 두는 대신 그 말을 밖으로 꺼내야 한다. 어제와 다른 나에 대해 얘기해야 한다. 그래야 그 사람이 나에 대해 알게 된다. 그리고 절대 상대방을 다 안다고 착각해선 안 된다. 우리는 죽을 때까지 나 자신도 다 모른다. 그런데 상대방을 어찌 다 알겠는가.
– 결혼하고 30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깨달은 것들
p132
상처 없는 삶이란 없다. 그리고 우리는 상처에 직면해 그것을 이겨 내려고 애쓰면서 조금씩 단단해져 간다. 굳은살이 박이면 소소한 아픔들은 그냥 넘길 수 있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굳은살이 있어야 더 큰 상처가 왔을 때도 그걸 이겨 나갈 힘이 생긴다. 하지만 상처를 계속 피하게 되면 굳은살이 생기기는커녕 아주 조금만 찔려도 죽을 것처럼 아파하게 된다. 상처 자체에 취약해지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일상생활 자체가 버거워진다.
…
그런데 사소한 일까지 모두 상처라고 말하면 우리 삶은 문제 덩어리가 되어 버린다. 왜냐하면 상처를 입었다는 것은 누가 나에게 어떤 위해를 가했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즉 상대방을 가해자로, 나를 피해자로 만들어 버린다. 그것은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난 것이고, 정신적 치료가 필요한 일이 되어 버린다. 내가 조금만 노력하면 고치고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이 내 힘으론 해결 불가능한 문제로 변해 버리는 것이다. 왜 사소한 마찰과 갈등을 굳이 상처라고 명명하고 그것 때문에 괴로워하며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가. 충분히 다른 일들을 할 수 있는 시간에 말이다.
– 제발 모든 것을 ‘상처’라고 말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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