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저기까지만,

제목: 잠깐 저기까지만, 혼자 여행하기 누군가와 여행하기  
작가: 마스다 미리/권남희
기간: 2014.10.20~2014.10.23
 [usr 3.5]

여행기인줄 모르고 샀어.

그런데 소소한 여행 이야기가 좋다. 화려한 사진도 하나 제대로 없지만.

핀란드에서 자기 혼자 주문하고, 길 찾아 다닌 것에 자신감을 찾는다던가. 서두르지 않고 하고 싶은 것 하고 돌아다니는 여행.

나도 여행 가고 싶구나.

 

 

p.38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친구란 참 좋구나, 하는 생각이 절실히 들었다. 더 나이를 먹어도 이렇게 나란히 작은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인생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청춘’이란 지난 뒤에도 어딘가 가까이 있다가 이따금 얼굴을 내미는 건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

p.61

“그 후, 즈이간지로. 본당은 복구 작업 중이어서 볼 수 없었지만, 대신 특별히 다른 국보를 볼 수 있게 해주었다. 멋지구나 감탄하며 구경했지만, 여행에서 돌아오면 바로 잊어버린다……”

・・・

p.141

“언제라도 갈 수 있는 곳이지만 다음에도 같은 여행이 될리는 없다. 기분, 날씨, 몸 컨디션. 각각의 균형으로 여행의 온도는 결정된다. 같은 여행은 두번 다시 할 수 없다. 그걸 알기 때문에 언제나 헤어지기 섭섭한 것이다. ”

・・・

p.162

“한 명은 헬싱키에 사는데 일본에서 온 친구를 안내하고 있는 참이었다. 빗발이 잦아들었을 즈음에 세 사람은 씩씩하게 걷기 시작했다.
이럴 때의 거리 간격은 아주 중요하다. 정말로 도움이 됐어요! 하는 순수한 감사의 마음을 나타내면서도 두 사람에게 방해되지 않도록 한 걸음 뒤를 간다. 이따금 자연스럽게 대화에 참가하지만, 그러나 깊이 들어가는 질문은 하지 않고, 뭔가 상대한테도 도움이 될 만한 정보(예를 들면 오로라를 본 얘기라든가)를 넣어가면서 참 친해보여서 좋군요! 하고 대놓고 부러워해준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려는 노력은 중요하다.”

・・・

p.173 ~ p.174

“길모퉁이에서 나도 모르게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정말 즐거워”
지금 내가 집중해야 할 일은 단 하나, 관광이다.

이대로 할머니가 되어서
일도 돈도 없고,
누워서 거동도 못하는데
의지할 사람도 없다면
그렇다면,
나의 인생.
내가 걸어온 인생 전부가
쓸데없는 것이 되어버리는 걸까?
이런 생각을 하면
몸이 떨린다.

내 만화 주인공 수짱이 중얼거렸던 대사. 이걸 그릴 때, 아직 30대였다. 마흔을 넘어 뭔가가 해결된 게 아니다. 막연한 불안을 떨쳐낸 것도 아니다. 하지만 순간의 행복을 인정할 수 있는 힘을 갖추었다. 헬싱키 거리를 마음대로 걷고 있을 때 나의 ‘행복’은 완벽한 모양을 하고 있었다. 나를 현혹시키는 것은 무엇 하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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