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매년 건강검진을 한다. 법으로는 2년에 한번이지만 우리 회사는 검진 병원이 회사로 오는 간이 검사 방식이라서 매년 한다. 대상자 아니어도 그냥 받을 수 있음. 하지만 회사에 차려놓고 하는거라 피검사랑 인바디, 그리고 간단하게 초음파랑 엑스레이 외에 별다른 건 없다. 그래서 내시경 같은건 따로 돈 내고 받아야 된다. 뭐 그래도 건강상 문제는 대충 잡아내긴 한다. 하지만, 내시경은 한번 받아봐야 하겠기에, 별도로 건강 검진을 받기로 했다.
원래는 차병원을 생각하다 서울 중앙 클리닉도 괜찮다고 해서 거기서 검진을 받았다.
그래서 기본 건강 검진 + 대장 내시경을 받기로 했다.
사실 대장 내시경약의 무시무시함에 대해서 많이 들었지만 별 걱정은 없었다. 검진은 인터넷으로 신청하고, 병원과 전화 통화 후 대장 내시경 약을 배송 받았다.
문제의 대장 내시경 약 – 레몬향 첨가
검진 전날 점심은 죽으로, 저녁 6시부터 6포를 먹고, 검진 아침에 2포를 먹고 병원에 오라고 써 있었다. 물 500ml에 한 포를 넣어서 섞은 뒤 250ml를 마시고 10분 뒤에 나머지를 마시는 방식이다.
근데 난 원래 물도 그렇게 많이 안 마시는데???? 그게 가능한건가? 10분 간격으로 6포를????
뭐 결과는 처참, 꾸역 꾸역 마시다가 웩 하고 토해버렸다. 그런데 웃기는건 약 상자 겉면 부작용에 구토 증상이 일어날 수 있으나 일시적이므로 계속 먹어도 된다는 내용이 적혀있었음-_-;
하아,,,,굶는것보다 마시는게 더 괴로웠다.
다음날 아침 일찍 검사를 받으러갔는데, 건강검진 받으러 갔다고 하니 담당자가 나와서 친절하게 안내를 해줬다. 그리고 피뽑으러 혈압 재러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검사. 검사. 검사.
아, 회사에서 하는 간이로는 골다공증 다리 한 쪽만 넣고 하는데 여기서는 전신 스캔 ㄷㄷㄷ;
그리고 대망의 내시경! 당연히 수면인데, 또 수면 내시경에 대한 얘기들이 인터넷에 많아서, 수면으로 해도 짧게 기억이 난다는 사람. 약에 취해있는 동안 온갖 이상한 얘기를 한다는 사람. 뭐 그런 얘기들이 있어서 걱정이었다. 뭔가 이상한 헛소리를 하는게 아닌가 싶어서.
하지만 옆으로 누워서 기다리고 있자, 약이 들어갑니다 라며 링거에 주사를 넣는 것을 마지막으로,,,,,,,,,,,,,,,,,,
‘일어나세요, 일어나세요!!!’ 하고 흔들어 깨워서 다른 장소에서 일어났다. 기억은 무슨.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음. 일어났을 땐 여긴 어디? 나는 누구? 하고 정신 차리지도 못해서 간호사를 따라 휘청 휘청 걸어가서 대기 의자에 쓰러지듯 앉아있었다. 친절한 간호사가 무릎 담요를 덮어줬다.
정신을 좀 차린 뒤 담당 의사와 그때까지 나온 결과에 대해서 얘기를 상담을 했다. 뭐 당연히 살빼야 하고, 음식 조절해야 하고, 운동 해야 한다는 얘기만 들었다. 큰 문제는 없었다는 거. 위가 좀 부어있다는 정도. 생각보다 대장은 멀쩡.
일주일 뒤에 검사 결과가 집으로 왔는데, 몇 가지 피 수치상 문제가 있어서(콜레스테롤 이라던가,,,,) 내과 검진 받으러 오라고 하는데, 귀찮아서 안 가고 있다. (회사에서 하는 건강 검진에서도 매년 걸리는 부분)
치명적인 병은 없지만, 생활습관 개선은 필요한 듯,,,,;;
덧; 병원 검진 받기 전에 레몬진저 티백을 사둔게 있었는데, 날이 덥고 하니 차게 해서 한번 먹어볼까? 하고 티백을 우린 뒤 냉장고에 하루 넣어두고 다음날 아침 마시는데
‘이,,,,이건!!!!!’
대장 내시경약 맛인데!!!!!!!! 웩! 구역질 올라옴;
하아,,,,,당분간 레몬티는 안마시는 걸로;;
덧2; 마트 갔다 돌아오는 횡단보도에서 다이어트 관리 업소가 새로 생겼다며 전단지와 허브티라며 종이컵을 주고 갔다. 마침 더웠고 목도 말라서 별 생각 없이 받아들고 횡단보도를 건너며 한 모금 마셨다.
웩!
레몬티였음. 나한테 왜 이러는건가요-_-;;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