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고래 | |
작가: 천명관 | |
기간: 2014.4.20~2014.4.26 | |
[usr 4.5] |
방대한 이야기 서사에 감탄. 흡입력도 높다.
p.141
“걱정하지 마, 꼬마 아가씨. 우린 언제가 다시 만날 거야.
자신이 떠나게 되었다는 사실을 안 춘희가 점보와 헤어지는 것을 슬퍼하자 점보가 말했다.
정말 그럴까?
춘희가 헤어지기 싫다는 듯 점보의 굶은 다리를 껴안자, 이를 위로하듯 점보는 긴 코로 춘희를 쓰다듬었다.
당연하지. 보고 싶은 것들은 언젠간 다시 만나게 되어 있어.
다음날, 금복은 어린 춘희의 손을 잡고 두 자매와 눈물을 흘리며 이별을 고했다. 그리고는 마침내 자신의 열정을 모두 불사르고 끝내는 연기처럼 덧없이 스러져갈 이승의 마지막 종착지, 평대를 향해 떠났다.
– 141 page
“
・・・
p.197
“그럼, 나도 죽을까?
꼬마 아가씨, 사람들은 코끼리와 마찬가지로 다 죽게 돼 있어. 하지만 넌 아직 그런 생각을 할 필요가 없어. 그건 아득히 먼 미래의 일이니까.
그럼 죽으면 어떻게 되는거지?
죽으면 사라지는 거야. 그리고 헤어지는 거지. 영원히.
– 197 page
“
・・・
p.220
“사람들은 하는 일이 없어도 괜히 마음이 바빠 허둥거렸고 아무리 밥을 많이 먹어도 이유 없이 속이 헛헛해 다방을 찾아가 독한 커피라도 한 잔 들이부어야 겨우 속이 차는 듯싶었다. 또한 다방에 앉아 하릴없이 이 말 저 말 옮기다보니 사람들간의 관계는 더욱 번잡스러워졌고 시비는 늘어났으며 오해를 풀고 화해를 하느라 술값이, 혹은 커피 값이 더 많이 들어가 소비가 더욱 촉질될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 마음속엔 어느덧 공허가 가득 들어찾고 금복은 이를 차곡차곡 돈으로 바꾸어나갔다. 그것은 자본주의의 법칙이었다.
– 220 page
“
・・・
p.315
“한편, 청산가리는 언제나 감방 안을 쉴새없이 쓸고 닦았다. 그리고 입버릇처럼 ‘인생을 살아간다는 건 끊임없이 쌓이는 먼지를 닦아내는 거나 다름이 없다’는 철학적인 말로 단순한 죄수들의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었다.
– 315 page
“
・・・
p.391 ~ p.392
“태양은 점점 높이 솟아올랐다. 하얀 눈밭에 춘희는 하나의 점으로 남아 울었다. 그간의 기나긴 외로움과 고통을 모두 담아내 울었다. 온몸을 떨며 격렬하게 울었다. 가슴이 터질 만큼 우렁차게, 목이 찢어질 만큼 처절하게……울었다.
– 391~392 page
“
・・・
p.406
“그렇다면 왜 그녀는 벽돌을 굽는 일에 그토록 필사적으로 매달렸을까? 그녀는 그 단조로운 작업을 수도 없이 반복하면서 무슨 생각을 한걸까? 그 작업 안에 어떤 종교적희원이 담겨 있었다면 그 바람은 과연 어떤 것이었을까? 감동적이리만치 순정하고 치열했던 그 열정의 근원은 어디에서 비롯된 걸까? 진실이란 본시 손안에 쥔느 순간 녹아 없어지는 얼음처럼 사라지기 쉬운 법이다. 그래서 어쩌면 혹, 그 모든 설명과 해석을 유예하는 것만이 진실에 가까워지는 길이 아닐까? 그럼으로써 그녀를 단순하고 정태적인 진술 안에 가둬두지 않고 자유롭게 풀어주는 것만이, 또 그럼으로써 그 옛날 남발안의 계곡을 스쳐가던 바람처럼 가볍게 흩어지도록 놓아주는 것만이 진실에 다가가는 길은 아닐까?
– 406 page
“
・・・
p.413
“몇 년이 흘렀다. 그녀는 홀로 벽돌을 굽고 있었다. 공장을 찾아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413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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