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맨

제목: 에브리맨 
작가: 필립로스
기간: 2014.4.17~2014.4.20
[usr 2.5]

에브리맨 역시 싱글맨과 마찬가지로 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이다. 조금 더 일반적인 사람의 이야기이다. (그래서 에브리맨?) 딱히 마음에 들진 않는 주인공이다. 젊고 성공했을 때 이 여자 저 여자 바람피다 결국 노년에 쓸쓸해진 남자. 죽음을 피하는 것이 목표가 되버린 남자의 이야기다. (하지만 가장 편안하게 죽은 것 같다)

싱글맨보다 상대적으로 이해하기 쉬워서 더 마음에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p.47 ~ p.48

“창문 너머로 나무의 잎들이 변하는 것이 보였다. 10월이 흘러가고 있었다. 의사가 찾아왔을 때 그는 말했다. “언제 퇴원하죠? 1967년 가을을 놓치고 있잖아요.” 의사는 침착한 표정으로 귀를 기울이더니, 이윽고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아직도 모르겠어요? 모든 걸 다 놓칠 뻔했는데.”
 -47~48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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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76

“그는 세 번 결혼을 했고, 애인들과 자식들과 성공을 안겨준 흥미로운 일자리를 가졌지만, 이제 죽음을 피하는 것이 그의 삶에서 중심적인 일이 되었고 육체의 쇠퇴가 그의 이야기의 전부가 되었다.
– 76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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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83

“낸시가 그의 병실 침대에 앉아 그의 품에서 운 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다. 그녀가 열세 살 때 그가 그녀를 떠난 것도 중요한 이유였다. 그를 도우러 해안까지 오기는 했지만, 이 차분하고 분별력 있는 딸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부모의 이혼으로 생긴 어려움들을 되새기면서 반평생 이상 품고 살았던, 부모의 화해라는 사라지지 않는 환상을 고백하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현실을 다시 만드는 건 불가능해.” 그는 작은 소리로 말하며 딸의 등을 쓰다듬고 머리카락을 어루만지고, 품 안의 그녀를 살며시 흔들었다. “그냥 오는 대로 받아들여. 버티고 서서 오는 대로 받아들여라. 다른 방법이 없어.”
 -83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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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96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그녀는 그가 떠나는 모습을 보며 말했다. “통증이 사람을 정말 외롭게 만드네요.” 그러면서 다시 허물어지며 그녀는 두 손에 얼굴을 묻고 흐느꼈다.
-96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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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98 ~ p.100

“랜디와 로니는 그의 가장 깊은 죄책감의 근원이었다. 그렇다고 계속 자신의 행동을 그들에게 해명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들이 청년이었을 때는 여러 번 노력을 했다. 그러나 그때는 둘다 너무 젊고 분노가 강해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제는 너무 나이가 들고 분노가 강해 이해 못했다. 사실 이해할 것이 뭐가 있단 말인가? 외려 그가 이해할 수 없었다. – 그들이 지금까지도 집요하고 또 진지하게 격분하면서 그를 탄핵할 수 있다는 것을, 그가 그의 일을 그렇게 처리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들이 자기들의 일을 자기들 식대로 처리할 수밖에 없었던 것과 마찬가지였다. 변함없이 용서하지 않겠다는 그들의 자세는 그럼 용서받을 만한 것인가? 아니면 그 결과가 덜 해로운가? 그는 이혼을 하여 가족을 깬 미국 남자 수백만 명 가운데 하나였다. 그렇다고 그가 그들의 어머니를 때렸는가? 그들을 때렸는가? 그들의 어머니를 부양하지 못했는가, 아니면 그들을 부양하지 못했는가? 그들 가운데 누구라도 나한테 한 번이라도 돈을 구걸해야 했던 적이 있는가? 내가 한 번이라도 모질었던 적이 있는가? 할 수 있는 제안이라면 다 하지 않았던가? 무엇을 피할 수 있었을까? 그가 할 수 없었던 일, 즉 그들의 어머니와 결혼한 채로 계속 사는 것 외에 달리 무슨 일을 했으면 그들이 나를 받아들여주었을까? 그들이 그것을 이해해주느냐 아니면 이해해주지 않느냐, 둘 중의 하나였다 – 그러나 그에게는 (그리고 그들에게도) 슬픈 일이었지만, 그들은 이해해주지 않았다. 그들은 또 그들이 잃은 그 가족을 그도 잃었다는 사실을 결코 이해하지 못했다. 물론 그 자신이 아직도 이해하지 못한 것들이 틀림없이 있을 터였다. 그렇다면 그것 또한 똑같이 슬픈 일이었다. 그에게도 슬픔이 있었고, 가책이 있었고, 그래서 자신의 삶의 이야기를 방어하려고 푸가처럼 이어지는 질문들을 던지고 되풀이하는 것이었다. 그에게 그런 슬픔과 가책이 없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98~100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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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74 ~ p.175

“”저 여자가 왜 저러고 있는지 아시오?” “알 것 같군요.” 그도 작은 소리로 대답했다. 그의 말은 이런 뜻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그게 내게 그랬듯이 저 여자에게도 그렇기 때문입니다. 그게 모두에게 그렇듯이 저 여자에게도 그렇기 때문입니다. 인생에서 가장 혼란스럽고 강렬한 일이 죽음이기 때문입니다. 죽음은 정말 부당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일단 삶을 맛보고 나면 죽음은 전혀 자연스러워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나는 삶이 끝없이 계속된다고 생각해왔지요. 내심 그렇게 확신했습니다. “아니, 댁이 틀렸소.” 남자는 그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단호하게 말했다. “저 여자는 늘 저랬소. 오십 년 동안이나 저랬단 말이오.” 그는 절대 용서 못 할 것처럼 얼굴을 찌푸리며 덧붙였다. “저 여자는 자기가 이제 열여덟 살이 아니기 때문에 저러는 거요.”
– 174~175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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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88

“그는 쓰러지는 것과는 거리가 먼, 불길한 운명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느낌으로, 다시 충만해지기를 갈망하며 밑으로 내려갔지만, 결국 다시 깨어나지 못했다. 심장마비. 그는 이제 없었다. 있음에서 풀려나, 스스로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어디에도 없는 곳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처음부터 두려워하던 바로 그대로.
– 188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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